안녕하세요. 바탕 국어연구소입니다.
"최고선의 실현을 도덕적 의무라고 해야 우리가 신의 현존에 대한 믿음에 이를 수 있다."라는 말은 최고선 실현의 의무를 설정하면 신이 존재하게 된다는 주장이 아니라 신이 존재하게 된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단계적으로 설명한다면
0.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다.
1. 우리는 선을 실천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2. 최고선은 모든 선한 것들이 실현된 최선의 상태이다.
>> 3. 우리는 최고선을 실현할 의무가 있다.
4. (0. 이성적 존재이므로) 인간은 선악을 판단하고 도덕적 의무를 인식한다.
5. (3.) 우리는 최고선을 실현할 의무가 있다.
>> 6. 인간은 최고선 실현을 도덕적 의무로 인식한다.
(우리는 최고선을 상상할 수 있고 그것이 실현되어야 할 상태임에 동의한다.)
7. 인간은 최고선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8.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다.)
>>9.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최고선을 실현할 수 없다.
10.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다.
(11. 인간은 자기와 닮은 완벽한 존재를 상상할 수 있다.)
>> 12. 완벽하게 이성적이며 전능한 존재인 신을 상상할 수 있다.
13. (12. 이렇게 상상된 신은 완벽하게 이성적이다.)
14. (5. (3.) 우리는 최고선을 실현할 의무가 있다.)
>> 15. 상상된 신은 최고선 실현을 도덕적 의무로 인식한다.
(최고선 실현에 대해 인간의 이성적 판단과 모순된 판단을 하지 않으며,)
16. (12. 이렇게 상상된 신은 전능하다.)
17. (15. 상상된 신은 최고선 실현을 도덕적 의무로 인식한다.)
>> 18. 상상된 신은 최고선을 실현한다.
19. (9+18)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최고선을 실현할 수 없지만 상상된 신은 최고선을 실현한다.
20. (6.) 인간은 최고선 실현을 도덕적 의무로 인식한다.
21. 최고선을 실현시켜줄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에 이른다.
이 논리 체계 하에서는 칸트는 "최고선이 실현되려면 신이 존재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선이란 인간의 노력으로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니, 최고선을 실현하기를 원하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는 것, 혹은 신의 존재를 갈구하게 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신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고선이 실현되려면 신이 존재해야 한다."라는 조건문에서 '최고선의 실현'이라는 필요 조건은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조건입니다. 따라서 해당 조건문을 "최고선 실현 의무는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라고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오히려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이성적인 차원, 도덕적인 차원에서 증명하려는 시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