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탕 국어연구소입니다.
첫 번째 답변에서 말씀드렸듯이 문학에서 ‘우의적’은 폭넓게 쓰이는 개념입니다. 학생이 언급한 대로 ‘우의’는 사전적인 의미에서 ‘다른 사물에 빗대어’라는 말이 핵심이지만, ‘우의적’은 꼭 다른 사물에 빗대지 않더라도 다른 사건이나 행위에 대입하여 쓸 수 있는 개념입니다.
‘우의’를 좁은 의미인 ‘다른 사물에 빗대어 비유적인 뜻을 나타내거나 풍자함’으로 한정하여 이해한다면 ‘반어, 과장, 해학적 행동이나 재치 있는 표현’은 지적하신 대로 ‘우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기>에서 사용하고 있는 ‘우의’는 엄밀하게는 ‘알레고리’라는 문학적 장치를 지시하는 말입니다. ‘알레고리’는 ‘우의(寓意)’ 혹은 ‘우유(愚喩)’라고도 하는데, ‘어떤 한 주제 A를 말하기 위해 다른 주제 B를 사용하여 그 유사성을 적절히 암시하면서 주제를 나타내는 수사법. 은유법과 유사한 표현 기교라고 할 수 있는데 은유법이 하나의 단어나 하나의 문장과 같은 작은 단위에서 구사되는 표현 기교인 반면, 알레고리는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총체적인 은유법으로 관철되어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질문하신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앞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보기>에 사용된 ‘우의’라는 표현을 반드시 ‘우회’로 바꾸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알레고리’라는 문학적 장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의’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표현입니다. 참고로 협의의 ‘우의’, 즉 ‘특정 사물이나 동물에 빗대어 표현했음’을 드러낼 때는 주로 ‘우화’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한편 ⑤번 선지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드리자면 (가)의 사내 말은 ‘잡것’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했을 뿐 에둘러 말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말의 내용은 우의나 우회적인 방식이 사용된 것이 아닙니다. 이는 (나)의 하주의 말도 동일합니다. 다만 (가)의 비속어를 사용하여 항변하는 말이나 (나)의 불법을 강요하는 듯한 말을 통해 그 말을 하는 인물인 사내나 하주를 비판한다는 점에서는 우의를 활용한 풍자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예가 평가원 기출 문항에서도 나타납니다. 2014년 예비 평가(A형) 양귀자의 ‘원미동 시인’이 출제된 31번 문항에서 ‘우의적’이 사용된 예를 보더라도 ‘다른 사물에 빗대어’가 ‘우의적’의 핵심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9. <보기>를 참고하여 위 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양귀자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세상과의 불화 속에서 고통을 겪고 상처를 입은 채, 시대에 뒤처진 도시의 변두리로 내몰려 살아간다. 작가는 그들의 소외된 삶을 연민의 시선으로 포착하여 이야기함으로써 그들의 상흔을 어루만진다. 이러한 경향은 「원미동 시인」에서도 나타나는데, 현실과의 불화로 소외된 ‘몽달 씨’가 비정한 현실을 견디는 모습을 우의적으로 제시한 점이 특징적이다.
① ‘흑백텔레비전’ 등의 소재는 시대에 뒤처진 도시 변두리의 현실을 시사한다.
② 공단 주변의 황량한 공간 구도는 도시 변두리의 소외된 공간 구도를 형상한다.
③ 한산한 동네 풍광은 고통을 인내하며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삶의 정경을 드러낸다.
④ 어둠 속에서 들려온 ‘비명 소리’는 소외된 사람들의 상흔에 상응하는 설정이다.
⑤ 인물이 폭행당하는 장면은 현실에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상황을 우의적으로 제시한 장면에 해당한다.
정답은 ③번으로 ⑤번은 적절한 선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