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탕 국어연구소입니다.
심생의 행동을 세분화해 보면, 4번 선지가 근거로 든 두 장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집에서 이상하게 볼까 봐' 옷을 입지 못함
2. '분부를 받자' 소녀를 떠나 산속 절로 감
학생이 제시한 논리는 A(걱정)의 원인 B(관계 발각 가능성)가 C(소녀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심생이 그 욕망의 결과를 인식/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야 할 지점은, <보기>가 말하는 '근대적 인간'의 핵심은 단순히 '욕망의 결과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식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결정과 무관하게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보기> 원문을 다시 보면 "공동체로부터 독립된 사고와 욕망... 인격 주체로서... 이성적으로 인식/판단하는 인간"이라 되어 있는데, 이때 '인식/판단'은 '독립적 사고'와 짝을 이루는 개념입니다. 즉 인식/판단의 결과가 자기 행동의 결정으로 이어져야 근대적 인간의 모습이 됩니다.
그런데 4번 선지의 두 장면 중 두 번째, '분부를 받자' 떠난다는 부분을 보면, 심생은 자기 판단으로 행동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집안(공동체)의 명령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기>가 정의한 '근대 이전의 인간'("공동체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만 했다")에 정확히 부합하는 행동입니다. 옷을 입지 못한 것도 '집에서 이상하게 볼까 봐', 즉 자신의 욕망보다 집안의 시선(공동체의 판단)을 더 의식한 행동입니다.
즉 A(걱정)의 배후에 욕망 C가 있다는 인과관계 자체는 맞지만, 이 장면에서 심생이 보여주는 것은 '욕망을 인식한 후 스스로 판단해 행동을 결정함'이 아니라 '욕망이 있음에도 공동체(집안)의 시선과 명령에 맞춰 행동을 억누르고 순응함'입니다. 그래서 이 장면은 <보기>의 근대적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전근대적 인간의 잔재를 보여주는 근거로 정확히 기능하며, 4번 선지의 "전근대적 인간의 성격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음을 짐작할 수 있군"이라는 서술은 지문과 정확히 부합하는 적절한 진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