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탕국어연구소입니다.
이 시에서 가장 많은 오해가 바로 '지아비'를 화자로 보는 데서 생겨납니다.
현재 화자는 혼자 흰 바람벽이 있는 방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리워하는 인물들을 떠올려 보는 중입니다. 즉 그는 그리워하는 이들과 이별하여 고독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지요.
그가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그의 지아비와 아이(어린 것)과 저녁을 먹는 상황을 연상하는 장면에서 지아비가 화자라면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의 해석이 어색해집니다. 자신이 처자식과 헤어지기 전에 저녁을 같이 먹던 장면 정도를 연상한 것이 되는데, 이미 자식이 있었던 장면을 그렇게 표현하는 게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아비'는 화자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자가 유부녀를 사랑했다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하는데, 아마도 그 사랑하던 사람은 벌써 시집도 가고 아이도 낳아서 단란한 가정을 꾸렸을 것이라는 것을 연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연상은 결국 자신이 어머니와도 헤어져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도 없이 혼자서 흰 바람벽을 마주하고 자신의 고독을 곱씹고 있다는 것을 통해 그의 고독을 부각하는 효과를 낳는 것입니다.
저희 출제진 역시 백석을 우리나라 최고 시인 중 한 명이라 여기며 이 작품 역시 너무나 우수한 작품이라 여겨 출제를 한 것입니다. 해서 더더욱 조심스럽게 많은 최신 논문들을 참조하여 출제한 것이며, 덧붙이면 백석이 홀로 신경이라는 중국의 도시에서 생활할 때의 심경을 드러낸 작품이라는 점과 이를 시네포엠의 형식을 지닌 시로 호평한 논문들과 흰 바람벽을 스크린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출제된 2004년 9월 모의평가(평가원 출제)에서의 출제 의도까지 문제에 반영하려고 한 것입니다. 즉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작품의 의미를 최대한 문제에서 다루어 이 작품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