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탕 국어연구소입니다.
작자의 대리인으로서의 서술자(단순 이야기 전달자가 아닌)의 입장에서는 칭찬받는 북곽 선생에 대해 ‘여우’라는 표현을 쓴 것만으로도 충분히 풍자의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그 자체가 억양법을 사용한 풍자입니다.
여기서 문제 유형에 대한 설명을 잠깐 할게요. 외적 준거에 의한 감상 문제에서 선지의 꼴은 대체로 ‘A(제시문의 내용 일부)는 ∼라는 점에서(판단의 근거) B이군/B라고 할 수 있군(감상의 내용).’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판단의 근거’ 부분이 선지에서 생략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선지의 정오 판단은 A의 사실적 이해 부분이 제시문의 내용에 부합할 것, 판단의 근거가 논리적으로 합당할 것, B가 외적 준거와 사실적 이해의 내용에 부합할 것 등입니다.
그럼 다시 질문하신 선지를 설명할게요. 이라면 적절한 선지겠지요. A가 사실적 이해에 위배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라는 선지의 표현은 제시문의 내용에 대한 사실적 이해 차원에서 틀린 것이 됩니다. ‘다섯 아들’은 ‘북곽 선생’에 대해 제시문에서 ‘어진 선비시라 그런 짓을 안 할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우가 북곽 선생으로 둔갑한 게 아닐까?’라는 말은 ‘북곽 선생(황제가 칭송하는 인물)’에 대한 말이 아니라 현재 동리자의 방에 있는 인물에 대한 말입니다. 즉 ‘다섯 아들’은 ‘황제’가 칭송하는 ‘북곽 선생’을 ‘여우’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북곽 선생’이라 할지라도 동리자의 방에 있는 사람을 ‘북곽 선생’이라 생각하지 않고(북곽 선생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 선지는 적절한 감상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